음악은 portal 의 엔딩송
예~전에... 아니, 봄까지 사용하던 옥션표4천원짜리 속도계의 정확도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어 오던바...
그동안 속도계를 떼어버리고 자전거를 타고 다녔으나, 목요일 미벨동 서북모임 번개에 나갔다가
쓸만해 보이는 속도계를 보고는, 나도 하나 사서 달아야겠다고 생각해 버렸다.

그래서 또다시 미벨동 장터에 대한 매복을 감행했지.
떡~ 조회수 10에 쳐다본 그 물건은,
캣아이 RD200 유선 케이던시 속도계.
뭐.. 속도계 기능에다가, 페달링 RPM? 까지 측정 가능한 유선 속도계다.
사실 어떻게 생긴 제품인지는 몰랐고, 사놓고 보니까 번개에서 본 속도계랑 똑같은 놈이다. ~.~
얼른 사느라고 시세를 제대로 못 살펴봤는데, 중고를 싸게는 2만5천원에도 파는 모양.
나는 4만원에.. 그것도 직거래를 판매자 집앞?에 있는 전철역에서 했다. 거래후 집에오는데 한시간 걸렸다.

이거... 그래, 아침에 잠깐 비가 안 오길래, 열두시경에 슬슬 양평에 갈 짐을 35리터 배낭에 싸고 있었는데, 비가 마구 쏟아진다. 그래서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2기] 16편 까지 보고는 그 12편부터 16편 까지 계속 쳐다보고 있었던 나를 욕하며... 이걸 먼저봤다는 친구 getfree와 메신저질을 했다.(참고로 오늘은 토요일이다)

대충 씻고 머리를 하러 단골 미용실엘 갔다. 갔더니, 내머리 담당하는 언니는 어디가고 없고 원장님만 계신다. 원장님한테 머리를 맡겼는데... 이러는게 아니였는데... 흑흑...

어쨌든, 미용실 가고 머리하고 다시 돌아오는 도중에 비가 거의 그쳐있다. 집에 다 돌아왔을때는 이미 다 그쳤다. 오~호~. 이제 자전거 타고 출발하면 되겠군?
배낭에 짐을 마저 싸고 막 출발하려는 찰나, 속도계가 눈에 들어왔다. 으음... 나의 드롭바달고 티아그라스프라켓 달아준 스왈로우와 에포카R1(소라)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케이던시 기능도 있는데, 당근 로드에 달아야겠지.. 하고는 에포카에 작업을 시작했다...

오오.. 과연, 이것은 태생부터가 로드용인가보다. 설정을 초기화 하고, 타이어 사이즈를 넣는데, 기본으로 내 에포카의 휠사이즈와 똑같은 값이 입력돼있다.
룰루~ 대충 필요한 설정을 마치고, 에포카에 달기 시작하는데... 내가 가진 공구? 라고는 가위와 케이블 타이뿐. 슬슬슬 줄길이를 재보고, 눈대중으로 설치 위치를 결정하고..케이블타이로 센서와 케이블들을 고정하고... 케이블 타이의 나머지를 가위로 잘라내고~~ 가위로 잘라내고~~~
탁~ 탁~ 탁~ (응?) 가위로 잘라내고~~~

만족스런 표정으로 뒷바쿠를 돌려본다.
다시 돌려본다.
다시 돌려본다.
다시 돌려본다.
다시!
다시!!! 이것은 스즈미야하루히의우울 12~16편 만큼이다.

속도계의 반응이 없다!!!!

ㅎ ㅓ ㅇ ㅓ ㄱ ~~

짜증나는 비오는 날씨에 얼굴 전체에 땀을 맺혀가며 작업을 해 나가던 gC3는 원래 가는 눈을 더 가늘게 뜨고 원인을 찾기 시작했는데, 케이블에서 뭔가가 반짝이는게 보인다.
반짝이는 것은 무엇?
그것은... 케이블을 가위로 잘라먹다 말은 흔적....
gC3는 당장 떠오르는 온갖 쌍욕을 하면서 케이블의 잘리다 만 부분을 손가락으로 잡은 다음,
뒷바쿠를 돌린다.
돌린다.
돌린다.

엇? 속도계가 깜박인다. 깜빡이는데 숫자가 안 변한다.
단선이로군.
gC3는 그래도 내가 공학도 출신인 것을 생각해. 최대한 자제해서 아까보다 약간 덜 강하게 쌍욕을 해댄다.
그리고는 호프집에서 중국맥주 먹고 받은 라이터를 찾아서 피복을 지진 다음, 케이블을 벗기고, 두가닥 선들을 서로 연결한다. 그리고는 다시,
뒷비쿠를 돌린다.
돌린다.
돌린다.
케이블 연결상태를 확인하고 다시..
뒷비쿠를 돌린다.
돌린다.
돌린다.
.
.
...............
gC3 가능한 최대의 쌍욕을 하려고 하지만, 떠오르는 욕이 더이상 없다.
어떻하지? 어떻하지? 어떻하지? 죠~기가 단선된게 아니었단 말인가!!!!

자출사에 질문과답 란에 [속도계 케이블이 단선됐어요!!] 라고 질문 글을 쎄우고, 구글코리아의 검색창에서 캣아이 홈페이지를 찾는다. cateye 라고 치니깐, 최초의 조회결과물에 왠지 비스무리한거 같은 사이트가 보이길래 클릭해서 보니깐 캣아이 홈페이지다. 영어다. 페이지 우측상단의 languages를 클릭해본다. 일본이 보인다. 한국은 없다. 일단은 부속품만 따로 파는지 찾아봤는데, RD200용 부속품들을 따로 판매하고 있다. 내가 필요로하는 부분인, 케이블~ 블라켓~ 센서부 는 17달러다. 2만 얼마로군. 국내에도 따로 파는데가 있는지 찾는다. 아.. 세종대왕을 저주하며 후잡스런 검색결과물들을 보다가 포기하고 캣아이 홈페이지에서 주문을 입력했다. 한글주소->영문주소 변경 사이트도 찾아서 주소를 넣었다. 내 핸드폰번호에 전화를 하려면 양키놈들이 번호를 뭘 눌러야 하는지도 검색해서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그리고 계산버튼을 눌렀더니 딸락 텍스트 3줄이 나온다.
your location
cannot
... 어쩌구 저쩌구.
뭐.. 안된다는 거겠지. gC3 좌절하고 내 4만원~~ 을 크게 한번 외쳐 주고는, 작업차 주방에 나와있는 자전거를 원래 위치는 작은방에 넣는다.
넣다가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 작은방 불을 켠다. 형광등이 다됐는지 부부부부~ 하더니만 꺼져버린다. 적절한 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전파상에 가서 사야겠군' 생각한다.
응? 전파상에 가서 사야겠다고. 전파상... 전파상...
gC3는 전파상에 속도계를 들고 간다. 아주머니가 가게를 지키고 계신다. 속도계 단선인데, 고칠수 있을까요? 했더니만, 그런건 못 고친다고 하신다. 수리는 아저씨가 하시는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한다. 이따가 아저씨한테 다시 여쭤보러 오겠다고 하고는 니퍼와 망치(망치 없어서 벽에걸리지 못한채 6개월동안 방치됐던 내 벽시계를 위해)집으로 돌아왔다.

집에서 대충 못질해서 벽시계를 달아주고는, 8시경에 다시 전파상에 방문했다.
아저씨가 이건 뭐하는거냐고 물어본다. gC3는 자전거 속도계라고 대답하고는, 여기가 단선됐다고 말씀드렸더니, 아저씨가 달라고 하시더니 즐거운 표정으로 작업을 시작하신다.
옆에서 드라마를 보시던 아주머니가 '그거 고칠수 있는거예요? 내가 안된다고 했는데?' 라고 하신다.

한 5분여를 피복을 벗기고 납땝을 하시던 아저씨가 다됐다며 속도계를 주신다. 자석을 대고 테스트해보니 오오~~ 정상 작동!!!
수리비 얼마드려야 해요? 했더니 천원 달라고 하신다. 순간 '아저씨가 얼마나 아주머니한테 들볶이며 지내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삼파장 형광등 2개를 더사서 5천원을 드리고 집으로~~
제대로 된 장비로 제대로 정확하게 속도계를 장착했다.

자... 출발해 볼까?


다시 비가 쏟아지고 있다.
Posted by g1100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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