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 만에 장거리? 라이딩을 했습니다.
요즘 양평에 내려와서 지내고 있기 때문에(하루에 출퇴근 시간이 3시간 반 이상;), 평일에 시간이 안나서 자전거를 못타고 있는데요, 여느 토요일처럼 늦잠을 자서 12시에 일어났는데, 밖을 보니 날씨가 장난이 아닌겁니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주말에 날씨가 맑으면 실행에 옮길 것' 중에서 1순위에 있던 라이딩을 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지난주 토요일에 용문의 용문사에 가서 은행나무옹의 섹시한 허리를 배경으로 찍은 독사진 이네요~
얼른 밥을 먹고 바리바리 준비를 해서는 집을 나섭니다.
집에서 나와서 핸드폰 gps로 그림을 그려보고자 핸드폰을 켰는데, 전원이 안 들어옵니다. 분명히 어제 밤에 85%의 전원량을 확인하고 잠을 잤는데, 그사이에 모두 방전이 됐나 봅니다.
집에 들어가서 충전된 베터리를 챙겨서.. 그래봐야 충전된 베터리 따위는 없습니다. 평소에 그런 준비성까지 필요하다면 얼마나 삶이 고단해지겠습니까.
... 그냥 전화고 gps고 포기하고 길을 나섭니다. 살짝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아무나 붙잡고 전화기를 빌리던지 말던지... 하면서 스스로 합리화 해버립니다.
유명산 초입입니다. 업힐좀 하시는 분들 치고 여기 안 다녀오신분이 있나요? 한번쯤은 정복해 주셔야죠 ~
집에서 유명산 초입까지는 19분만에 도착했습니다. 작년 여름에는 17분30초쯤 걸렸던것 같아서 슬그머니 '늙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겨우내 쌓인 배의 지방을 생각해 내고는 애써 평온함을 되찾습니다.
슬슬 물을 보충해 주고, 버프를 내리고, 져지 자크를 살짝 내리는 등 복장을 정돈한 다음~ 공략에 나섭니다.
예전에는 초입부터 댄싱을 하며 공략했지만, 그게 다 나중되면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므로, 가장 쉬운 기어로 천천히 올라갑니다.(사실은... 겨우내 놀고 먹었더니, 댄싱 자세가 안나옵니다;; 마치 내 자전거가 아닌 듯한 느낌 ㅜㅜ)
1차 목표지점인 언덕 꼭데기입니다.
혹시나 이쪽으로 내려오게 될 경우를 생각해서 반대쪽 노면상태를 살피며, 멀어져가는 할리데이비슨들을 여유있게 보내 주면서, 가끔 만나는 등산객 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아니, 그런 기억은 없고요..) 꾸역꾸역 언덕을 오릅니다.
올라오면서 다른 라이더를 볼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었는데, 한 사람도 보지를 못했네요.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유명산을 오르는 사람이 몇 없다는게 아쉽기도 하고, 그러면서 '나는 대단해' 이래버리기도 하고요 ^^
다 올라와서 경과 시간을 살펴보니 32분30초가 걸렸네요.
기록 자체는 여름에 한창 탈 때랑 별로 변한게 없는것 같습니다. 사실 여름 전까지는 제대로 자전거를 탔다고도 할수가 없죠. 08년 여름부터 미벨(무려 스왈로우)이나 타다가 09년 4월 말에나 겨우 에포카를 구매해서 로드를 타기 시작했으니깐 말이죠.
꼭데기에서 셀카도 찍고 자전거도 멋지게 찍고... 아니, 사진들이 왜 다 이모양입니까. 블로그에 올리기 민망한 수준이군요;;;
일단 다시 돌아서 내려갈까 하다가, 아직 오늘 오후가 무지막지하게 많이 남았다는(2시도 안됐더군요.) 것을 보고는 미지의 지역을 개척하고자 가평 방향으로 다운힐을 시작합니다.
사실 초등..중학교때즘인가? 어떤 이유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가평읍에 한번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시내 버스를 타고 갔던것 같고요. 곰곰히 생각해보니, 축구부 였을때 평가전? 같은걸 한다고 갔던거 같습니다. 언덕을 넘고서는 계속 내리막길 이였던것이 기억이 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이 다운힐에서 오늘의 최속(60.5km/h)를 찍어주십니다. 여름에 유명산 올라왔다가 중미산쪽으로 내려갔을때 이후로 최고속도인 것 같네요. 추워서 그런지 차들도 얼마 안보이고 해서 가능한 브레이크를 아끼며 빠른 속도로 다운힐을 합니다.
원래 가려고 했던 길과는 좀 다르게 가긴 했지만, 어찌 어찌 홍천 서면 쪽으로 제대로 방향을 잡습니다.
라이딩 하는 중에 오른쪽 전방 산기슭에 하얀 신전 같이 지은 인상 깊은 건축물이 보입니다. 어라? 다음 맵에서 그 건축물이 뭔지 알아보려고 했는데, 나오질 않는군요.
블로그를 작성하며 아버지께 여쭤봤더니, 통일교 신전 이라고 하십니다. 완전 무슨 그리스 신전 같이 지어놨네요. 이렇든 저렇든 간에 건축물이 참 멋져보입니다.
그렇게 하얀 건축물을 보면서 달리다 보니 어느새 꾸준한 오르막이 나타납니다.
다음 맵에서 찾아보니깐 여기는 이름이 있네요. '널미재' 라고 합니다. 가평과 홍천의 경계가 되구요. 고개 정상까지 업힐이 꾸준히 이어집니다. 쉴 수 있는 구간 따위는 없어요.
'내가 끌바를 할수는 없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에 부치던데요, 그래도 거리가 좀 짧은것 같아서 다행이었습니다.
역시 업힐이 있으면 다운힐이 있는 법.^^ 고개 정상에서 물통을 들고 물한번 빨아주시고 신나게 다운힐을 합니다.
오늘의 간식이 된 미니쉘과 새콤달콤. 아~ 영롱한 스캇.
그러고 보니깐 두시간이 넘도록 한번도 휴식을 하지 않았네요. 어디 적당한 구멍가게를 찾아봅니다.
홍천 서면의 한서 중학교라는곳 옆의 구멍 가게에서 커피 한캔과 제가 라이딩할때 즐겨 먹는 연양갱을 구입합니다.
연양갱을 절반쯤 베어물고 두세번 씹었는데, 포장지에 09..로 시작하는 글씨가 보이네요.
유통기한 09년05월14일 까지
커헉... 얼른 알맛은 크기로 잘라내려고 입안에서 우물거리고 있던 내용물ㅜㅜ 을 뱉어내고는 구멍가게 아주머니한테 알려줍니다. 다른 연양갱들도 모두 날짜가 09년 5월14일 까지네요.
바로 옆에 중학교가 있는 구멍가게에서 유통기한이 6개월 이상 지난 과자를 계속 팔고 있었다는게 믿어지지 않더라고요.(뭐 저는 다른말 한거는 없고요;; 그냥 다른 과자로 바꿔달라고 했습니다 - _-)
그래서 선택된 녀석들이 미니쉘과 새콤달콤.
새콤달콤을 꽤 오랫만에 먹어보는것 같은데요, 뭐랄까... '살아있는 느낌' 을 느끼게 해주는것 같다고 할까요? 비약이 심했군요. 하여튼 엄청 맛있네요^^
대충 오늘 코스(어느샌가 정해져 버린 용문산 싸고돌기-_-) 절반쯤 왔겠거니 하면서 다시 출발을 합니다.
홍천강 이라고 쓰여진 표지판을 보고, 여기가 홍천 이라고 생각을 하니깐, 이러다가 춘천 나오는거 아니야? 하는 걱정이 슬슬 들기 시작합니다. 홍천강을 따라 달리며 길가에 늘어선 팬션들을 감상하다 보니까..
그쵸... [컨츄리 관광라이딩] 이 오늘 라이딩의 모토 라고 할 수 있겠네요. ㅋㅋ
사진이 정~~말 안 멋지게 나왔네요. 발로 찍었나 봅니다.
어느덧 양평군 단월면으로 진입했습니다.
협곡 사잇 길에서 사진과 같이 멋진!!!(정말 멋집니다. 사진은 그때 느낌의 12분의 1도 안되는것 같네요.ㅜㅜ 사진을 찍은 시간은 3시57분 입니다.) 산이 병풍처럼 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1차로 밖에 없는 도로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세워서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에 보이는 산의 건너편은 소리산 이라고 하는데요. 사진의 산에는 이름이 없는 모양입니다.(마을에서 부르는 이름 같은 것은 있겠지요.)
그다지 규모가 크지 않은 산이지만, 언제 기회가 되면 한번 올라가 보고 싶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계속 양평을 향해 달립니다. 단월면을 생각하며 달리고 있는데 다시 완만한 경사가 나타납니다.
오랜 라이딩 후에(비록 오늘 라이딩거리가 한강 자전거도로 일주 정도밖에 안되지만요.) 마주치는 업힐은 진짜 힘드네요. 세번째 업힐입니다.
새삼 넘사벽인 뜨루의 사나이들이 더 대단하게 생각됩니다.
4륜 바이크들을 보내고(근처 펜션이나 숙박시설에서 대여해주는 모양이군요.), 언덕 초입부터 눈에 보이던 포크레인을 바라보며 다시 꾸역꾸역 업힐을 합니다.
아까 부터 포크레인이 저를 계속 기다려주는것 같네요. 시속 10킬로도 안되는 속도로 달리고 있지만, 점점 포크레인과 저와의 거리가 가까워집니다. 결국 포크레인을 따라잡았네요.
포크레인 기사분이 무려 저를 위해서 포크레인을 길 가장자리로 운전해 주십니다.
진짜 진짜 힘들지만, 일어서서 댄싱을 합니다. 길을 내어주는 분께 예의를 다해야죠 ^^
언덕위까지 올라온 다음 물통에서 물을 벌컥벌컥 마십니다. 정말 물맛이 달게 느껴지는군요.
이곳의 다운힐은 완만하고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시속 30~40킬로로 꾸준히 내려올 수 있습니다. 도로 사정도 좋아서 꾸준히 속도를 유지하며 라이딩할수 있습니다. 다운힐이 모두 이렇다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오랫만의 라이딩에 피로가 겹쳐서 그랬는지 모르겠구요.
단월면에 있는 자전거도로입니다. 꽤 잘 만들었지만, 길이가 짧고, 이어지는 도로의 상황이 안 좋네요.
자, 이제 6번 국도에 다다랐습니다.
위 사진의 왼쪽으로 물을 건너면 6번 국도가 있습니다.
제가 많이 지쳤는지 일어서서 스프린팅을 해보지만, 속도가 잘 붙지 않네요.;;
이 자전거 도로는 아래의 나무 다리와 연결돼있습니다.
달리던 자전거를 멈추고 자전거를 찍어줍니다.
나무 다리가 깨끗한 것이, 그다지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모양이네요.
하지만, 이 나무 다리에는 조명도 설치가 돼 있습니다. 다리 난간 아래쪽으로 배열되어 있는데요, 밤이 되면 점등을 하게 되겠지요. 누가 이용을 하던지 하지 않던지간에 말이죠~
나무다리가 끝나는 곳에는 단월면 생활체육공원이 있습니다.
작년에 있었던 MTB 이벤트인 제1회양평랠리/280랠리가 단월면 생활체육공원에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올해는 6월초에 양평랠리가 열리는데요, 이번에는 양평읍 갈산 체육공원에서 열리게 됩니다. 참가자를 3천명 까지 생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그러기에는 장소가 너무 협소하지 않나 하는 걱정이 살짝 드네요.
생활체육공원을 지나서 6번국도와 합류합니다.
차들이 너무 무서워요. 우리나라 국도들을 달리는 차들은 왠만한 고속도로 뺨치는 속도를 자랑하는듯 합니다.
피곤한 상태에서 차들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정신력이 매우 빠르게 소모 되는 것을 느낍니다.
오늘 목표는 양평까지 돌아가는 거였는데, 안되겠습니다. 6번국도를 달리는 차들이 무서운 데다가 힘도 들고... 의지가 매우 빠르게 꺾이는 것을 느낍니다.
결국은 용문역에서 양평역까지 치트 하기로 결정합니다.(이게 양평에서도 가능하네요 ^^)
09년12월23일에 개통한 중앙선 용문역입니다.
용문역 앞에서 당분을 보충할 국화빵을 구입하고 힘든 나머지 주위를 둘러 볼것도 없이 엘리베이터를 타러 이동합니다.
엘레베이터에서 08년스캇 로드를 가진 라이더가 나오네요. 아마도 서울에 가서 동호회 활동을 하고 귀가하는 용문 라이더 이던지, 아니면 용문 본가에 자전거를 가지고 온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양평에서 스캇 자전거를 보니깐 많이 반가웠습니다.
얼른 영양소를 보충해줘야지요.
국화빵 2천원~~ 용문역 대합실에서 열심히 당분을 보충해 주십니다.
이것은? storyway의 자팡기네요.
코레일의 편의점 이라고 할수 있는 스토리웨이의 음료수 자판기 입니다.
무려 교통카드를 이용해서 음료수를 뽑아 먹을수 있네요. 좋은 아이디어인듯 합니다.
영롱한 에딕트~
오늘 수고해준 제 에딕트R4입니다.
석양빛을 받아서 황금빛으로 빛나고 있었는데, 제 똑딱이가 초점을 잡지 못하네요.
그렇다고 DSLR을 가지고 다니기는 또 너무 번거롭고 말이죠~
양평역 입니다.
2정거장만에 제가 매일같이 이용하는 양평역에 도착했네요.
지역의 유치원? 에서 부모님 대동하고 서울에 갔다왔는지, 젊은 부부들과 아이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어렸을때는 서울 한번 가자면 비둘기호를 타고 거의 1시간 50분 정도를 달려서 청량리에 도착했던것 같은데요.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습니다.
아래는 오늘의 코스~
오늘 달린 코스입니다.
용문산을 중심으로 한바퀴... 다 못돌았네요 ^^
라이딩요약
거리 80.5km
시간 4시간11분
평속 20.1km/h
최속 60.5km/h
유명산업힐 32분30초
코스
양평읍->옥천면->가평군 설악면->홍천군 서면->양평군 단월면->용문면